26년 가을, 바이어의 선택과 도매의 변화
좋은 브랜드, 좋은 매입
편집숍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브랜드가 단독 매장으로 이어지고, 한 시즌의 판매 경험이 다음 시즌의 매입을 키웁니다. 온라인에서 발견한 브랜드를 직접 입어보는 자리가 생기는 한편, 쇼룸에서 고른 상품을 주문하는 과정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에 전해진 소식을 중심으로, 국내 편집숍의 선택부터 글로벌 리테일러와 브랜드의 운영 방식까지 살펴볼까 합니다.
바이어의 관심이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요.
가능성의 매입
지난 9월, 비이커는 마가렛 호웰과 국내 독점 유통 파트너십을 맺고 단독 매장을 열었습니다. 비이커가 편집숍 바잉을 통해 소개해온 브랜드가 더 넓은 사업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그동안의 매출 성장과 높은 판매율을 통해 브랜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셔츠와 니트처럼 익숙한 상품도 매장의 고객과 잘 만났을 때 다음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사례이겠죠.
라움과 마메 쿠로구치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교한 자카르와 자수, 독특한 소재 표현으로 알려진 마메 쿠로구치를 라움은 2025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소개했습니다. LF에 따르면 라움 내 2026년 봄·여름 매출은 직전 시즌보다 30% 늘었고, 판매 반응과 재구매 고객을 바탕으로 가을·겨울 매입 규모도 40% 이상 확대했다고 하는데요, 브랜드의 개성이 실제 고객의 선택으로 이어지면서 다음 시즌 바잉에 힘이 실린 셈입니다.
두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유명한 브랜드를 들였다는 사실만은 아닙니다. 매장에서 어떤 고객이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그 경험을 다음 매입과 유통 전략에 반영했다는 점입니다. 편집숍의 역할은 브랜드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고객과의 관계가 쌓이는 과정까지 이어집니다.
새로운 발견의 자리
해외에서는 SSENSE가 지난 10월 파리에서 하루 동안 연 ‘살롱 데 레퓌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Petra Fagerström, RESCHA 등 여러 디자이너의 상품을 직접 보고 입어볼 수 있는 팝업이었는데요, 온라인에서 접하던 브랜드를 실제 공간에서 경험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판매 성과가 공개된 사례는 아니지만, 디지털 리테일러가 상품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접점을 만드는지 보여줍니다.
브랜드를 소개할 때 사진과 이름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원단의 두께와 촉감, 입었을 때의 비율, 다른 옷과 함께 놓였을 때의 분위기 같은 것들입니다. 바이어가 먼저 알아본 매력이 고객에게도 전해지려면,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까지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파리 기반의 RIER도 그런 관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디자이너가 어린 시절을 보낸 남티롤의 산악 복식을 바탕으로, 플리스와 코듀로이 같은 익숙한 소재를 간결한 일상복으로 풀어냅니다. 캐나다 리테일러 HAVEN은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을 소개하며 천연 울 플리스의 따뜻함과 질감에 주목했습니다. 흔히 접하는 플리스도 소재와 형태가 달라지면 매장에서 전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마메 쿠로구치의 섬세한 직물과 RIER의 울 플리스는 서로 다른 취향을 향합니다. 다만 바이어에게는 공통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고객이 이미 찾는 상품 안에서, 어떤 차이를 새롭게 제안할 수 있을까?
익숙한 브랜드가 주는 힌트
새로운 선택지가 꼭 낯선 브랜드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10월 공개된 Vogue Business의 SS27 바이어 리포트에서는 프라다의 스커트와 드리스 반 노튼의 프린트·장식 등이 여러 바이어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모다 오페란디는 Kallmeyer의 일부 상품이 소비자 프리오더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다음 시즌을 바라보는 바이어들의 시선에서 색과 질감, 장식의 존재감이 드러납니다.
물론 런웨이에서 주목받은 상품이 모든 매장의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바이어에게 유용한 것은 그 안에서 자신의 고객에게 맞는 변화를 찾는 일입니다. 익숙한 스커트에 다른 소재를 더할지, 기본 니트 사이에 색감이 있는 상품을 배치할지, 안정적인 구성 안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조금 소개할지처럼요.
브랜드 전체를 새로 들이는 결정에 앞서, 기존 매장 구성에 어떤 상품을 더하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컬렉션과 리테일러의 선택을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가까워지는 선택과 주문
관심 있는 상품을 발견한 뒤에는 실제 주문이 남습니다. 쇼룸에서 본 스타일을 다시 찾고, 색상과 사이즈를 비교하고, 매장에 필요한 수량을 정하는 과정입니다. 이때 상품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면서 주문도 편하게 이어갈 수 있다면 바이어의 일은 한결 수월해집니다.
다채로운 프린트가 특징인 액세서리 브랜드 Skida는 바이어가 무늬를 직접 보고 비교할 수 있도록 온라인 주문 환경을 바꿨습니다. 최신 도매 운영 사례에 따르면, 이미지 중심으로 상품을 살펴보고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도입한 뒤 전체 도매 주문의 81%가 바이어의 직접 주문으로 이뤄졌습니다. 상품의 특성에 맞춰 고르는 과정과 주문하는 과정을 가깝게 만든 사례입니다.
아크테릭스도 바이어의 경험에서 개선점을 찾았습니다. 거래처의 의견을 듣고 실제 바잉 과정을 관찰하면서, 상품을 찾고 주문하는 과정의 불편을 줄였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실용적인 가치는 바이어가 매번 반복하는 일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드는 데서도 드러납니다.
브랜드 내부의 운영도 함께 달라집니다. 지난 7월 공개된 Retrofête의 사례에서는 자사몰과 도매, 리테일러 주문이 같은 재고 정보를 바탕으로 운영되도록 연결했습니다. 판매 경로가 다양해지는 만큼, 각 채널의 주문과 재고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기반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세 브랜드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조금씩 다릅니다. 상품을 더 잘 보여주거나, 주문을 쉽게 만들거나, 여러 채널의 정보를 맞추는 일입니다. 공통점은 바이어가 상품을 고른 뒤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좋은 선택이 거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비이커와 라움의 사례에서는 고객의 반응을 읽는 바이어의 역할이 보입니다. SSENSE와 HAVEN에서는 브랜드의 매력을 전달하는 방식이, Skida와 아크테릭스에서는 그 선택을 주문으로 연결하는 환경이 드러납니다.
좋은 도매 비즈니스에는 이 과정들이 함께 필요합니다. 매장에 맞는 브랜드를 발견하고,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합의한 조건에 따라 안정적으로 거래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잉스퀘어는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와 디지털 도매 환경을 바탕으로 바이어의 상품 소싱부터 주문·결제·배송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해 흩어진 상품 정보를 정리하고, 국가와 바이어마다 다른 상품·가격·거래조건과 주문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도매 운영의 기반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좋은 브랜드를 발견한 뒤 실제 거래로 이어가기까지, 바이어와 브랜드가 반복해서 마주하는 일들을 더 수월하게 만드는 것이 바잉스퀘어가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실제 도매 현장의 경험을 함께 살피며, 바이어의 다음 선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