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 바이어를 위한 브랜드 리포트 Vol.1
도매 바이어를 위한 브랜드 리포트
(Buying Square Insight Report Vol.1)
매 시즌 수많은 라인시트를 검토하다 보면, 유독 시선이 머무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물론 바이어분들의 뛰어난 감각과 경험칙만큼 중요한 건 없겠지만, 가끔은 그 감각만으로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도 존재합니다.
팬덤이 조용히 먼저 움직이거나, 뜻밖의 협업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도 하고, 겉보기엔 잔잔한 브랜드가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처럼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바잉스퀘어의 내부 데이터 인사이트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흥미로운 신호가 잡힌 브랜드 5가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거창한 트렌드 예측이라기보다는, 지금 우리 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의미 있는 변화들의 기록으로 읽어주세요.
1. SHUSHU TONG (슈슈통)
팬들이 먼저 알아본 매력, 시장이 응답하다
언제부턴가 상하이를 찾는 패션 피플 사이에서 호텔 체크인 전에 꼭 들르는 부티크가 하나 생겼다고 하죠. 바로 청크림 톤의 소녀스러운 무드로 가득한 '슈슈통'입니다.
2015년 런던 컬리지 오브 패션 동기인 두 디자이너가 론칭한 이 브랜드는 리본, 프릴, 플리츠를 앞세워 '불량 소녀의 미학'이라는 확고한 세계관을 10년간 다져왔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의 콜라보레이션 행보입니다. ASICS와 3시즌 연속 파트너십을 맺고, 젠틀몬스터와 함께 K-팝 팬덤을 겨냥한 캠페인을 선보이기도 했죠. 분야는 달라도 슈슈통 특유의 로맨틱한 무드를 사랑하는 공통된 팬덤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2025년 기준 50% 수준의 성장이 전망될 만큼 반응이 좋습니다. 상하이까지 직접 찾아가던 팬들의 애정이 이제는 바이어들의 실질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에서 먼저 반응이 오고 있다는 것 역시 소개의 여지가 아직 충분하다는 기분 좋은 신호이기도 합니다.
2. TOTEME & LEMAIRE (토템 & 르메르)
로고 없이도 잔잔하게 스며드는 힘
토템은 마케팅이나 광고에 큰 비용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2024년 기준 연매출 3억 유로를 훌쩍 넘겼습니다. 르메르 역시 2019년 1천만 유로에서 5년 만에 1억 유로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했죠.
두 브랜드 모두 눈에 띄는 로고나 유행을 타는 화려한 디자인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를 찾는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르메르가 중국 청두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시기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렸죠.
바이어 입장에서 이 브랜드들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재구매율'입니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포지션 덕분에 한 번 경험한 고객이 다음 시즌에도 다시 찾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바잉스퀘어 데이터에서도 토템과 르메르는 조용하지만 아주 꾸준하게 오더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3. ASICS (아식스)
낯선 조합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기까지
2021년 아식스와 세실리에 반센(Cecilie Bahnsen)의 첫 만남을 기억하시나요?
러닝화와 쉬폰 드레스의 조합은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 협업은 어느새 4년째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는 물론이고 슈슈통, 자운드(JJJJound), 키코 코스타디노브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하며 아식스는 가장 주목받는 신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의문의 조합'이 '대세'로 바뀌는 4년이라는 시간. 시장 관찰자로서 이 자연스러운 사이클을 지켜보고 짚어내는 과정은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휴먼메이드, 캡틴 선샤인, 포터와 같은 일본 브랜드들에 대한 바이어분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속에서, 특유의 장인 정신과 진정성을 가진 일본 브랜드들이 그 빈자리를 부드럽게 채워주는 듯합니다.
4. Wales Bonner × Adidas
아카이브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타이밍
수많은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의 역사 속에서도 빅 브랜드 하나의 전체 흐름을 크게 바꿔놓는 사례는 흔치 않은데요. 2020년 첫 선을 보인 웨일스 보너와 아디다스의 협업은 아디다스 삼바(Samba)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모델이 완판되며 매출을 견인했죠.
여기에 작년 10월,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가 에르메스(Hermès) 남성복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더해졌습니다. 2027년 1월 첫 쇼를 앞두고 있는 지금, 디자이너의 높아진 위상 덕분에 그녀가 그동안 쌓아온 작업물들 역시 새로운 시각으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행보에 따라 기존 아카이브의 가치가 다시금 조명받는 이런 시기는, 도매 시장에서도 자주 오지 않는 꽤 매력적인 타이밍이 아닐까 싶습니다.
5. HUMAN MADE (휴먼메이드)
취향과 비즈니스의 영리한 교집합
작년 말, 휴먼메이드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소식이 업계에 작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럭셔리 하우스에 견줄 만한 이익률을 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이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비즈니스적으로도 탄탄한 브랜드'를 찾기란 쉽지 않지만, 휴먼메이드는 그 균형을 참 잘 잡고 있습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한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고, 굵직한 콜라보레이션이 발매될 때마다 리테일 수요도 자연스럽게 함께 오르는 구조입니다.
최근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등 직영 채널을 확장하면서 홀세일 파트너십의 문턱이 조금씩 좁아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그럴수록 새 시즌을 앞두고 바잉스퀘어를 통해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바이어분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트리트 감성을 지니면서도 이토록 펀더멘털이 확실한 브랜드는 언제나 눈길을 끕니다.
오늘 살펴본 다섯 브랜드의 공통점은 '팬들이 먼저 움직였다'는 데 있습니다.
상하이 부티크로 직접 찾아가고, 리셀 시장에서 가치를 증명하며, 성공적인 협업 소식 하나가 브랜드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듭니다.
결국 바이어의 역량은 이 팬들의 움직임에 얼마나 타이밍 좋게, 그리고 유연하게 다가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바잉스퀘어는 앞으로도 이런 시장의 의미 있는 흐름들을 차분히 관찰해 적시에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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